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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의 자궁경부암 후기

Manager Wono 2021. 2. 9. 21:35

 

안녕하세요! ㅠ 저는 20대 중반이고 몇달전 자궁경부암 0기 판정을 받았었다가 지금은 완치되었습니다..!

다른 분들께도 제 경험을 알려드리고 미리 예방하도록 권고드리고자 글을 썼습니다ㅠ

저같은 20대 분들도(성경험이 있으신 분이라면) 제 글을 읽고 자궁경부암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름부터 갑자기 엄청난 간지러움이 느껴졌음, 어느정도였냐면 가만히 앉아있지 못할정도 ㅠㅠ

 

그리고 속옷에 피도 아주 조금씩 묻어났음. 그냥 스트레스 겠거니 하고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함.

자궁경부암 검사도 1년전쯤 했는데 그 때도 피가 비춰 검사를 한거였지만 정상이 나왔던 터라 더 별 문제 없을거라 생각함..

게다가 난 나이도 어리고.. 자궁경부암은 남 일이라고 생각함.

 

여튼 가려움을 참다가 너무 가려워서 동네 산부인과 내원을 하게됨.

너무 가렵다는 말과 함께 지나가듯 피도 한번씩 속옷에 묻는다고 하니까 혹시 모르니 자궁경부암 검사 하자고 함.

가려운 증상은 염증 때문인거 같은데, 피가 보인다니까 검사를 한번 해봐야 할 것 같다고..

1년 전 검사도 전부 정상이었기에 굳이 왜? 라는 생각이었지만

홀수년생이라 이번 년도에 자궁경부암 검사가 지원되기 때문에 그냥 해서 나쁠건 없다고 생각하고 검사받음.

 

근데 미리 국가에서 실시하는 검사 받겠다고 이야기를 안해서 그냥 자기네 병원에서 몇가지 추가검사 더해서 좀더 정밀하게 하는 자궁경부암 검사를 이미 했다고 함..

(국가검진 하시는 분들은 미리 말씀하시고 받으셔야 할듯 합니다..ㅠㅠ)

그래서 십만원 넘는 돈을 내고 어차피 암도 아닐건데 돈만 날렸다고 속으로 오만 짜증을 다내고 검사했다는 사실도 잊고 바쁘게 지내고 있었음.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전화가 걸려옴..

자궁경부암 검사결과가 안좋으니 검사지 받아서 큰 대학병원으로 가보라고 함..ㅠㅠ

검사지 보니 비정형세포가 관찰된다고 적혀있고 사진(?)도 있었는데

딱봐도 정말 무섭게 생긴 이상한 세포들이 막 보였음...ㅜㅜㅜ

자궁경부이형성증 2-3단계 정도로 추정된다고 대학병원 가보라고 해서 바로 대학병원 감.

 

(자궁경부이형성증을 지나 자궁경부암이 되고 이형성증 2단계? 3단계부터는 수술을 하는 걸로 알고 있음..

난 0기여서 의사썜들이 몇단계부터 수술을 권하는지는 잘 모르겠음.

난 무조건 수술을 해야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ㅠㅠ)

 

대학병원가서 바이러스검사. 확대경검사. 조직검사를 함..

맨 처음 병원에서 받았던 세포진 검사는 거의 느낌도 없는 수준이었다면 조직검사는 좀 불편했음.

(사람에 따라 엄청 아팠단 사람도 있고..난 그냥 참을만 했음.

세포진 검사처럼 산부인과 진료의자에 누워 다리를 벌리고 검사를 받음.)

시간은 5-1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음.. 긴장하느라 다리에 계속 힘주다가 힘주지 말라구 교수님께 살짝 혼남.. ㅋㅋ

 

그렇게 일주일의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진단명이 나옴.

진단명은 '자궁경부 상피내암(혹은 제자리암)' .. 즉 자궁경부암 0기 였음.

교수님이 덤덤한 표정으로 "암 0기 나왔네요" 하면서 HPV 고위험군 바이러스 2개 검출되었다고 하는데 망치로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음..

일년전엔 분명 정상이었는데, 그 안에 암 0기까지 갔다는 것도 안믿겼고

이 상태가 되도록 몰랐던 내 자신에 대한 원망도 있었음..ㅠㅠ

 

그리고 전남친에 대한 분노도 일었음..

왜 여자인 나만 자궁이 있다는 이유로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 하는건가.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근데 전남친도 전여친한테 옮았을 수 있는거고.. 감염경로는 생각해봐야 나만 골치아프니 그냥 이 부분에 대해선 체념했음.

 

나의 경우 자궁경부의 일부를 도려내는 수술을 무조건 하던지 임상시험을 하던지 둘중 하나를 해야했음.

내가 갔던 대학병원이 임상을 진행하고 있던 병원이라 (제넥* 이라고 자궁경부전암 치료제로 요즘 임상 진행중인 주사임) 임상시험 쪽을 좀더 권했는데 난 수술을 받겠다고 함.

임상시험으로 진행하면 치료비 내지 않아도 되고, 수술 안해도 된다는 점이 좋았지만 말그대로 수술이 더 정확할거란 판단을 해서임.

수술은 받아야겠는데 임상 권해줬던 곳은 전신마취 진행하고 수술일정도 늦게 잡히는데다 2박3일 정도의 입원기간을 두었기 때문에 병원을 옮겨야겠다 마음 먹었고 여성암센터가 따로 있는 대학병원으로 옮김.

 

* 아 그리고 상피내암 0기 여서 중증 암환자 등록이 되었음.

이렇게 등록되면 국가에서 '이 질병 관련해서' 검사비나 치료비 95% 부담해줌.

난 5%만 내면 됨. 그래서 오히려 진료비랑 검사 받았던 비용중 일부를 돌려받았음..

한번 등록되면 5년간 암환자로 등록이 되어있게 되고 산부인과 아닌 다른 병원 가도 중증환자인거 알게됨.

 

여튼 다른 대학병원가서 조직검사결과지 보여주니까 역시나 바로 시술하자고 함.

시술날짜는 일주일 뒤로 잡자고 했고 마취는 국소마취 한다고 함.

당일 오전 시술해서 오후 퇴원하는 일정으로 잡아주셨음.

시술명은 자궁경부원추절제술이었고 말 그대로 자궁경부를 원추 모양으로 도려내는 시술이었음.

(참고로 마취는 병원마다 다 다름. 자궁경부가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부위라 마취 아예 안하는 데도 있고 국소 하는데도 있고 전신하는 데도 있음. 후기글보니 마취 안해도 참을만 하다고 함)

 

그렇게 시술날이 찾아왔고 오전에 가서 링거맞고 속옷 다 벗고 산부인과 시술복(?) 같은 걸로 갈아입음..

목욕 가운같이 생겼고 끈으로 묶는 형태임. 그렇게 휠체어에 실려서 시술실로 내려감.

산부인과 굴욕 의자에 앉아서 교수님을 기다림. (다행히 그 가운은 시술 내내 입도록 되어있었음 ㅠㅠ)

온화한 표정의 교수님이 들어오셨고 난 시야가 가려진 상태라 뭐가 뭐였는지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음..

근데 수술전에 초음파도 보고 이것저것 확인하시는거 같았음..

 

그러더니 길고 가느다란 주사기? 같은걸 안에 집어넣으시는거 같았는데 마취하신다고 하셨음..

정말 아팠음 ㅠㅠㅠㅠ 못 견딜 정돈 아니었는데 다신 맞기 싫음..

(근데 난 이때 좀 아아 소리내면서 고통을 표현하기는 했음.. ㅋㅋ 고통을 굳이 비교하자면 세포진검사 <<< 조직검사 < 원추절제술(마취주사&시술) 정도가 될 것 같음)

근데 그걸 한번 놓는게 아니라 몇번 놨던거같은데 뭔가 몸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찔림의 고통 같은 거였는데 뭔가 표현은 안됨..

자궁경부는 통증을 느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들었는데 왜 아팠는지는 잘 모르겠음..ㅠㅠ

 

여튼 그 후에 무슨 기계 같은걸 간호사 선생님이 켰는데 요란한 소리를 내서 겁을 살짝 먹음..

그러고 속으로 뭐가 들어옴.. 이때부턴 마취를 했기 때문에 뭔가 당기는 느낌, 불편한 느낌만 조금 있었음.. 그리고 타는 냄새가 계속 코를 찌름..

그러다가 시술 막바지쯤에 갑자기 훅! 아팠고 그 아픈 순간이 지나고 얼마 지나지않아 시술은 마무리되었음.

시술은 한 10분 걸렸나 15분 걸렸나 금방 끝남

 

그냥 내 발로 시술대에서 내려와서 걸어서 시술실 밖까지 가는데도 안아팠음.

아무 느낌도 없고 소변 볼때 아플까봐 긴장했는데 아무 느낌 없음.

그러다 좀 있으니까 피가 비추기 시작함. 집에오자 피가 더 많이 나면서 온몸이 피로해지고 몸살걸린 사람처럼 되서 계속 누워있었음.

다른 사람들은 다음날 바로 잘 돌아다녓댔는데 나는 좀 몸이 힘들었음 ㅠㅠ 피도 계속 났고...

근데 국소마취 풀려도 수술한 부위에는 딱히 통증이 있진 않았음.

 

그러다 일주일 있으니까 수술해서 떼어낸 부분의 조직검사결과가 나옴. 이 때 정확한 암의 병기가 나오게됨.

이때까지 인터넷 찾아보며 마음 많이 졸였던거같음.. 이형성증 1~2단계였는데 절제한 부분 조직검사 해보니 암1기였다는 둥 그런 글이 많아 정말 무서웠음..ㅠㅠㅠㅠ

그런데 다행히도 암이 더 침투하지 않았고 다 잘 제거되었다 함.

(만약 조직검사에서 암이 침윤된게 발견되었으면 그때부터 침윤암으로 암1기가 되는 거임..

1기가 극초기라면 원추절제술을 한번 더 시행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생각하고 싶지도 않음..ㅠㅠ)

그래서 최종 병명도 상피내암에서 그치게 되었음.

아 그리고 이때 자궁경부암백신 1차접종(ㄱㄷㅅ 9가; 9가지 바이러스 예방)도 하게 됨.

이미 걸렸는데 맞아도 되냐고 교수님께 여쭤보니 걸렸었으니 더 맞아야 한다고 하셔서 맞게됨.

 

근데 이놈의 출혈은 멈출줄을 모름.. 병원가서 거즈로 지혈하고 해도 다시 나고 다시 남...

그러던 어느날 회사갔다 집에 오는데 바지가 축축한걸 느낌.. 뭐지 하고 슥 손을 가져다댔는데 피가 너무많이나서 바지에 다 샌거임..(검정바지였기에 망정)

그러더니 갑자기 미친듯이 피가 줄줄줄줄 새기 시작함.

누워있으면 나아지겠지 했는데 계속 왈칵왈칵 피가 쏟아짐..ㅠㅠ

생리는 좀 점성이 있는 피라면 이건 그냥 물처럼 줄줄줄샘

 

병원 응급실로 달려감.. 환자도 엄청 많았고 의자에 대기하라고 했는데 갑자기 내 이름을 불러주더나 침대를 마련해줌. 아마 중증환자등록때문 아니었나 싶음...

응급실 침대에서도 피를 콸콸콸콸 쏟아댐 ㅠㅠ 아마 다른 환자들이 쟤는 뭔데 침대가 저렇게 다 피바다가 되었나 놀랐을거임..

그렇게 응급실에서 잠깐 대기하다 산부인과 올라가서 거즈로 지혈하고 경과 보다 퇴원함.

 

응급실에서 다음날 산부인과 외래를 잡아줘서 갔더니 시술실로 오라고 함.. 지혈을 해야겠다고..ㅠㅠ

겁 잔뜩 집어먹고 시술실 굴욕의자에 누웠는데 내가 시술 하기도 전부터 악 ㅠㅠ 이래서 교수님이 마취 해주시려고 하시길래 마취가 더 아프다며 그냥 해달라고 함..ㅋㅋ 그래서 지혈하는 시술을 그냥 받게되었음.

(출혈부위를 지지는 시술 정도로 생각하면 됨. 아마 시술명은 전기소작술일 것임) 느낌은.. 그냥 배에 불지르는 느낌이 났음.

근데 마취주사보다 참을만 했고 그냥.. 참을만 했음! 마취주사 안맞고 그냥 하길 잘한것 같았음..ㅋㅋ 하지만 배가 타는것 같았고 생리통의 두세배 정도 느낌이 났음..

하고나니까 생리통x2배의 부글부글한 배앓이가 있었음 ㅠㅠ 이렇게 시술한 뒤로는 피가 거의 나지 않았음..!

 

그리고 얼마전 시술 후 처음으로 정기검진에 다녀옴. 바이러스 검사랑 세포 검사 했는데 신기하게도 일주일 뒤 결과보니 바이러스도 다 사라져있었음. (이 검사결과 기다릴때도 별의 별 생각을 다 했었음.. ㅠㅠ)

시술을 하고나면 암이 생겼던 부분은 사라지지만 바이러스는 같이 없어지는게 아니기 때문에 바이러스도 당연히 았을거라 예상을 했는데 없었음 ㅠㅠㅠㅠ

그래서 3개월에 한번 받아야했던 정기검진을 바이러스도 발견되지 않아 1년 후에 받으면 된다고 함!!ㅠ 넘 감사했음...

그리고 2차 자궁경부암 예방접종도 맞고 옴. (자궁경부암 예방주사 아프단 얘기가 많던데 안아픔.. 그냥 주사임. 그대신, 맞고나서 팔이 좀 많이 아픔. 쓰라린 느낌이 아니라 근육통처럼 팔이 쑤신 그런 아픔임. 혹시 아프다는 소문에 맞기 꺼리는 분들이 있다면 꼭 맞으시길.. 안아픔. 잠깐 따끔하고 끝임. 또 성경험이 있는 사람에겐 쓸모없다는 말이 있던데 아예 안맞는 것보단 훨씬 나으니 꼭 맞길.)

난 체력이 좀 안좋은 편이라 시술하고 한 한달정도는 계속 하혈하고 그러느라 힘들었는데 그 뒤론 멀쩡해졌음. 지금도 물론 매우 멀쩡함. 이제 당분간은 몸 관리 잘하면서 몇개월뒤 마지막 접종 하고 일년뒤 정기검진 갈 예정임...!

 

저의 후기는 여기까지 입니다!ㅠ 혹시나 자궁경부암 전암 판정 받으셨거나 그 이하라도 원추절제술 등의 시술 앞두고 계신 분이라면 인터넷으로 한번쯤 찾아보실텐데 제 글이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중간중간 아프다고 썼던 부분도 있지만 다 참을만하고 너무 아프다거나 그런건 없습니다! 겁먹지 마시구 그냥 받으시면 될 듯해요. 저도 겁이 많은데 다 잘 참았으니까요 ㅎㅎ!)

또 저처럼 자궁경부암에 대해 경각심이 없으셨던 분들도 나는 아니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정기검진이나 산부인과 멀리하지 마시고 꼭 정기적으로 검사 받으시기를 권고드립니다...ㅠㅠ 저도 정말 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또 여자친구 혹은 배우자가 있으신 남자분들도 꼭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ㅠㅠ (본인이 HPV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지 모른 채로 지내시는 남자분들이 많기 때문이에요.. 제 전남자친구도 본인이 HPV를 가지고 있었는지 아마 몰랐겠죠..)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바이러스는 성관계를 통해 감염이 되는데, HPV는 피부로 감염이 되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콘돔을 착용하더라도 예방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기적인 검진이 정말 중요하고, 30대 이상만이 아니라 저같은 평범한 20대 분들도 정기적으로 검사 꼭 받으시길 바랍니다...ㅠㅠ

그리고 다수의 성 파트너를 가진 경우에 감염이 쉽다고 하는데 본인이 파트너가 한명 뿐이었더라도 그 파트너가 과거에 바이러스를 어느 누군가로부터 옮아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성경험이 있는 그 누구라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ㅠㅠ 감염경로는 정말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따라서 정기적인 검사를 하고 본인과 애인 모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예방의 한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저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제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된거였는데,,앞으론 남자친구 만나면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권해주려고 합니다..ㅠㅠ 아들을 낳던 딸을 낳던 어릴때 미리 다 예방접종 해줄 거구요...

제 글은 여기까지이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 혹시 증상이나 수술 등 관련해서 질문 있으시면 아래에 남겨주시면 답변 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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